현대정보기술(HIT)에 입사하여 처음 배정받았던 부서는 해외금융개발팀(명확하지는 않은 듯..)이였다. 중간에 이름이 한번 바뀌었고, 워낙 짧은 기간동안 근무를 해서 부서명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입사 할 당시 "현대" 그룹이 여러 그룹으로 쪼개지면서, 회사가 많이 어려워졌고, 현대 그룹 소속도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한때 가장 잘 나가던 규모있는 SI업체 였고, 주변에 입사 지원했던 동기들도 모두 능력이 훌륭했기 때문에, 또한, 베트남에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컸었던 걸로 기억 한다.
처음 담당했던 업무는 베트남 농업은행 시스템 유지보수 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농협은행과 같다고 보면 된다. 회사에 들어가면 최신 기술들을 써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와는 정 다르게, 해당 시스템은 파워빌더6 버전에 그리 유명하지 않은 DB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곧, 차세대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기존 시스템을 조금씩 보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업무가 너무 없었다. 프로젝트도 국가 기반 사업이라, 국가에 돈이 있어야 되는데, 국제 기금을 빌려서 진행하는 형태라, 언제 시작 할 지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혈기왕성 했던 나는, 열심히 현장에서 굴러 내실을 다지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무척 불안해 했었다. "이래서야 성장 할 수 있을 까?" 이런 질문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게다가, 파워빌더라니.. 마음을 붙이기 어려웠다.
그 당시 함께 입사하였던 친구 중 같은 부서에 굉장히 일을 잘 하던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 한 학번 많지만 나이는 같았고, 군대는 방위산업체에서 산업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해결한 친구였다. 보통, 이런 경력을 가진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 삽질하고 있을 때, 실제 필드에서 험하게(?) 구르기 때문에, 대부분 개발에 있어서는 다른 인력보다 무시 못하는 내공이 있기 마련이다. 나와도 무척 얘기가 잘 통했고, 나보다 훨씬 세상 물정에 대하 밝았다.
하루는 나에게 다가와 솔기한 이야기를 전한다.
"SDS에서 신입사원 뽑드라..봤냐?"
삼성맨이 되고 싶었으나, 한번 미끄러져본 경험이 있었고, 그 당시만 해도, 막 졸업한 사람만 뽑던 터라, 나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대상에 못 들어갈껄? 졸업한지 몇 년 지났는디?"
하지만 역시, 이 친구는 그냥 나에게 해 본 소리가 아니였다.
"너, 올해 전역했자나. 입사 공고 보면, 올해 혹은 내년 졸업 예정자, 아니면 올해 군 전역자던데?"
난 바로 채용공고를 확인 했고, 두말도 없이 입사 지원을 하였다.
지난번에는 삼성전자를 썼다가 떨어졌고, 솔직히 미련도 없었기 때문에, 전문 SI 업체에서 일하고 싶었던 마음을 유지하면서, 삼성SDS 에 입사 지원을 하였다.
SSAT를 잘 통과하고 면접 준비를 하기 위해, 아주 잠시 자발적인 스터디 그룹에 참여 했었다. 하지만, 개발경험도 있고,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던 나에게, 일반 대졸 예정자 학생들이 진행하던 스터디는 너무나 유치했었다. 물론, 어떤 식으로 면접이 진행 된 다는 것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그 정도는 웹사이트에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였었던 듯.. 오히려 혼자 조용한 방 안에 앉아서 예상되는 면접 질문들을 유추해보고, 답변하는 모습을 녹화해 놓고 다시 돌려 보면서, 말하는 모습이나 자세, 억양, 눈빛 등을 연습해보고 마음속으로 계속 그려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싶다.
면접은 4개 면접으로 진행 되었었다. 인성 면접, 그룹 면접, 영어 면접, PT 면접 이였는데, 순서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달랐던 듯.. 면접 질문들이 모두 기억 나진 않지만.. 인성 면접에서 중요한 건 솔직함 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난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장생활 관련된 질문도 꽤 있었다. 왜 옮기려고 하는지, 하루 일상 생활에 대해서 설명 해보라고 하던지, 군대에서 SW개발병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업무를 하는 사람이 군대 안에 있으면, 우리 같은 회사가 군대에서 일하기 어렵지 않겠냐 라던지.. 이런 식의 내용이였다. 그룹 면접에서는 주제를 하나 주고, 찬반을 양쪽으로 나눠서 팀을 가른 다음에 집단 토론 하는 형태로 진행 했었다. 정답을 얘기 하기 보다는 어떻게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눠 가는지, 이끌어 가는지 등을 주로 보는 듯..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답을 할 때 그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의견을 개진해 나가면 되었던 듯.. 영어 면접은 꼬리에 꼬리를 이어가는 식의 현지인의 질문, 가령.. 여행을 좋아 하냐, 어디로 가느냐, 거기 가면 머하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짧게 답을 했던 듯.. 기억 나는 것 중 하나가.. 서해 뻘에 가서 키조개를 캐는 걸 설명하려다가 낭패를..ㅡㅡㅋ 머 여튼.. 그리고 종이에 질문이 하나 적혀 있었다. 친구가 니 카페트를 더렵혔는데, 어떻게 할거냐.. 머 이런식의 질문에 대해 의견을 얘기 하는 거였다. 나야 머.. I don't care.. 식으로 넘어가면서, 친군데 머 어떻냐고 답을 했었다. 마지막 PT 질문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A, B, C사에 상용 데이터베이스 a, b, c가 있는데,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는 PM이라면 무슨 상용 데이터베이스를 선택하겠느냐 라는 것이였다. a는 오라클, b는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 것.. 그리고 c는 SDS자체 솔루션이였던 듯..ㅡㅡㅋ 시스템의 크기가 그리 크기 않았고, 내 생각에는 오라클을 쓰는 것 보다는 그나마 인지도가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b 제품을 쓰는 것이 좋겠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쓸 필요가 있겠느냐 라는 식으로 답을 했다.. 면접관들은 별 질문이 없었고, 끄덕 였던 듯..ㅋ
솔직히 면접 준비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다른 입사지원자들과는 다르게 2년 반 정도의 개발 경력이 있었고, 적당히 화려한(?) 말빨 덕분에 어렵지 않게 통과 하였다. 해서, 2006년 12월, 공식적으로 삼성SDS에 입사하면서, 그렇게도 그리던 삼성맨이 되었다.
삼성 입사 확정 메일을 열었을 때의 기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다. 무언가 해냈다는 느낌, 그렇게도 바라던 꿈을 이루었다는 일종의 성취감, 그리고 가족들의 축하 등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이였다.
삼성의 초반 교육은 무척 빡셌다. 입사 4주전부터 SDS인의 소양(개발능력)을 키우가 위한 교육이 진행 되고, 입사 후 4주간은 그룹 교육을 타 그룹사원들과 받는다. 이후에 2주간 다시 SDS 입문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을 자세히 얘기하는 건, 예의가 아닌 듯 해서 skip 하겠음.. 대신, 입사 4주전부터 받았던 교육에서 만났던 반 동기들은 지금도 매년 송년회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고,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의 동반자 들이다. 같은 회사에 있건 없건..
교육이 끝나고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은 바로 부서 배치가 아닐까 싶다. 내가 입사할 당시에는 1~3지망 까지 원하는 부서를 명시하고, 교육 중 받은 평가 점수에 따라, 부서 배치를 받게 되었다. 그 당시에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을 수백명 뽑았는데, 가장 빡센 부서라 소문이 돌아서 어떤 여사우는 눈물까지 보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ㅡㅡㅋ 나는 입사할 때 부터 프레임워크에 관심이 많았다. 그냥 맨땅에서 굴러보니 프레임워크에 대한 중요성도 알고 있었고, 훨씬 그 분야가 재미있었다. 해서 현재는 없어졌지만 생산성 혁신 본부의 IT Engineering 센터에 지원하였다. 그 당시에 TO가 3명이였는데, 부서가 자산팀, 프레임워크팀, 방법론팀 크게 3개 여서 한팀에 한명씩 뽑는 걸로 기대하고 지원해서 내부 면접을 보게 되었다.(대부분의 부서는 면접 과정이 없다.)
하지만, 면접 당일날 해당 TO는 방법론팀에게 할당 된 3개의 TO 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산팀은 내가 입사하기 전에 인력을 할당 받았고, 정작 가고 싶었던 프레임워크 팀은 추후에 뽑을 예정이였다. 순간 머리속이 하얘졌다. 방법론? 생소했다. 방법론이 먼지,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타 본부로 가는 것 보다는 옆 팀에라도 있으면 나중에 프레임워크쪽으로 갈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면접시, 프레임워크 관련된 내용만 준비했던 것에 방법론 관련 내용을 살짝 추가하여 진행했었다.
물론 내용은 엉망이였겠지만, 그 당시 면접관이셨던 3분은 모두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고, 특히 군대에서 표창을 받은 내용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였다. 해서 나는 방법론팀으로 조인하게 된다. 이때, TO가 3명이였지만, 면접자중에 뽑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2명만 뽑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센터에는 신입사원을 바로 한 해 전 부터 뽑기 시작했고, 전년도에도 2명만 뽑혔다고 한다. 그 정도로 사원의 비중이 적은 곳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듯.. 생산성 혁신을 신입사원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까..ㅋ 하지만 허드렛일도 많다보니 필요해 보이기도 했다.
해서 난 방법론의 신입사원이 되었고, 처음으로 맡았던 일은 방법론 기반하에 만들어진 통합개발플랫폼의 형상관리 솔루션 적용 지원 업무를 맡게 되었고, 곧 전체 통합개발플랫폼 확산 관련 업무를 하게 된다. SDS에서의 생활은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 많이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듯..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본인이 무얼 하고 싶은지 그리고 멀 할 수 있는 지 고민하여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솔직함과 본인을 어필 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꿈을 계속 쫓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라는 점.. 등 인듯 하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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